[매일경제] 교수·벤처대표까지…서울대 AI대학원 `접속`

April 14, 2020

`300명 열공`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웹 특강 들어보니

`줌` 활용한 특강 일반에 공개
국내외 AI 전문가 연사로 모셔
전공·공간 한계 넘는 융합수업
수준 높은 질문·토론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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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세미나실에서 차상균 원장(왼쪽)이 청강생 300명과 함께 특강을 듣고 있다.

 

지난달 개원한 이 대학원은 말끔하게 단장됐지만, 온라인 개강으로 아직 학생들이 캠퍼스 시설을 이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강의 들어오신 분들, 제 목소리 잘 들리시지요? 얼굴도 잘 보이시나요? 오늘은 정준선 박사를 모시고 강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지난 7일 오후 5시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대형 세미나에는 시작 무렵부터 청강생 200여 명이 자리를 메웠다. 30분이 지나지 않아 정원인 300명이 꽉 찼다. 그러나 대학원이 새로 들어선 서울대 LG전자 서울대 연구소 3층 세미나실에는 3~4명만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 이어폰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대학원이 영상회의 솔루션 ‘줌(Zoom)’을 이용해 온라인 세미나인 이른바 ‘웨비나(웹 세미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올 3월 개원을 앞두고 우수 인재가 몰리면서 화제가 됐던 이 대학원의 정원은 55명(석사 40명, 박사 15명)이지만, 이날 특강에는 300명이 참석했다. 전공자뿐 아니라 서울대 교수와 학부생, 스타트업 대표, 관련 연구자 등 다양한 인재가 최신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 동향을 듣기 위해 모였다. 코로나19로 피치 못하게 온라인 개강을 하게 됐지만, 공간과 전공의 경계를 넘어 진정한 학문 융합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만들고 있는 웨비나를 현장에서 직접 들어봤다. 이날 청강생들은 집이나 사무실 등 가장 편한 공간에서 줌을 통해 링크 클릭 한 번으로 강의에 접속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은 목소리와 화면 상태가 고른지 확인했다. 접속이 안정되자 화면은 이날 강사인 정준선 네이버 R&D센터 연구원에게 넘어갔다. 강의를 시작하자 스피커 너머로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텅 빈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정 연구원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인공지능(AI) 연구로 박사를 받았고, 현재 네이버에서 음성인식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시각과 청각 정보를 이용한 인공지능의 자기학습’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음성인식만으로 말한 사람(발화자)을 구별해내는 AI의 구동 방식에 관한 내용으로, 수준 높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웹 세미나임에도 교수자와 청강생 사이의 소통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오프라인 강의 때보다 질의응답이 훨씬 더 활발해진 느낌이었다. 청강생들은 강의 도중 직접 질문을 하거나 채팅을 활용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채팅을 이용할 수 있으니 장문의 질문도 쉽게 가능했고, 간단한 질문은 연사가 대답해주기 전에 또 다른 청강생이 채팅으로 답해주는 등 질문과 응답, 토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날 특강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차 원장은 “올해 신입생 선발 때 정원의 두 배를 뽑고 싶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가 많이 왔는데, 그 친구들에게도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의과대학을 비롯해 서울대 교수들도 ‘청강’ 신청이 많았는데 오프라인 수업은 제약이 많아 아쉽던 차에 온라인 특강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이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앞서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서울대에서 가장 먼저 줌을 적극 활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전공수업은 온라인으로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4일부터 매주 열고 있는 웨비나는 의과대학 교수와 스타트업 대표, 체육교육과 학생까지 참여해 정원을 꽉 채우는 등 반응이 뜨겁다.차 원장은 “웹 세미나는 매주 최대 인원을 경신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특히 서울대 학생들에게 기본적으로 공개되고, 줌 공개 링크만 누르면 일반인도 접속해서 고급 세미나를 들을 수 있다”며 “미국에 있는 전문가, 업계 전문가, 의학 등 타 분야 전문가까지 시공간 제약 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차 원장의 기획은 최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보낸 메시지와도 통한다. 오 총장은 7일 서울대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번 학기 동안 이론 위주 수업은 비대면 강의를 유지하기로 했다. 비대면 강의가 장기화됨에 따라 내실 있는 원격 수업을 위해 교수와 학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온라인 개학 초창기에 영상회의 툴에 익숙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점차 ‘언택트 강의’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생 A씨는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 이용자 모두 버벅거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내 공간에서 집중할 수 있어 좋다”며 “강의 영상이 녹화돼서 업로드 되고 나중에 복습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웹 세미나 특성상 국내외 연사를 섭외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14일에는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28일에는 김명환 메쉬코리아 데이터 사이언스 센터장, 다음달 13일에는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등이 강의를 준비 중이다. 차 원장은 “웹 세미나는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공공재화 형태라고 보면 된다”며 “코로나19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전환을 선도해 누구보다 빠르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성용 기자] (원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