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새편지] 가슴 뛰는 첫 학기를 마치고 – 김태섭 교수

July 1, 2022

가슴 뛰는 첫 학기를 마치고

  시작은 늘 기대만큼 걱정도 함께합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전과 다른 일상은 나도 몰랐던 열정을 일깨워주기도 하죠. 지난 3월,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에 부임한 김태섭 교수님 역시 가슴 뛰는 1학기를 보냈다고 해요. 회사를 떠나 서울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교수님을 만났어요. “학교에 오기 전에는 제가 하고 있던 업무, 특정 연구에만 몰두했다면, 지금은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 역시 학문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짐을 느낍니다. 제 경험을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고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과정이 보람되고 재밌어요.”

카카오브레인 연구원 근무 당시 NeurIPS2019 학회 포스터 발표 모습

 카카오브레인 연구원 근무 당시 NeurIPS2019 학회 포스터 발표 모습  

카카오브레인 연구원 근무 당시 NeurIPS2019 학회 구두 발표

 카카오브레인 연구원 근무 당시 NeurIPS2019 학회 구두 발표  

김태섭 교수님은 올해 초까지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 ‘아마존 웹 서비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어요. 이밖에도 ‘카카오브레인’, ‘인텔’ 등 국내외 글로벌 기업에서 활약했는데요. 회사에 다니며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팀원들을 이끌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쳐주는 일이 무척 즐거웠던 교수님은 이 일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어요. 이번 학기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에서 메타러닝 특강을 진행한 교수님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언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해요.

“통계와 수학이 기초인 데이터 사이언스는 흔히 이공계 학문으로 여겨지지만, 전체 정원 중 절반 가까이 문과 전공생일 만큼 다양한 전문성과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가지고 올 때도 많죠. 한번은 건축학을 전공한 학생이 건물 내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하는 공조 시스템을 자동화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찾아왔어요. 새 건물에 처음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다양한 상황에서의 온도, 습도 등을 측정 및 분석 해야 하는데 이를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 사이언스로 간소화하고 자동화하려는 연구였죠.”

이밖에도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학생이 자동차의 승차감을 좌우하는 서스펜션을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한 적도 있었대요.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교수님도 학생들처럼 연구하고 의견을 주고받길 거듭하셨고, 마침내 문제를 해결할 때면 모두가 그 짜릿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해요. 교수님은 이 과정을 보다 많은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해요.

“모든 학문이 그렇듯 더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실습하는 과정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교수를 어려워하고, 실습보다 이론에 더 집중해요. 연구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실패가 두려워 남들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학생들도 있고요. 우리나라와 해외의 기술 격차는 크지 않지만, 이처럼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한 차이가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기술의 격차도 벌어질 거라 생각해요.”

교수님은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한편 자신 역시 학생 때 그랬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어요. 똑같이 학부생을 거쳐 대학원에서 공부한 교수님은 경험했던 것을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해준다고 하는데요. 연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 일, 남들보다 뒤쳐진 것 같은 불안감, 진로에 대한 걱정 모두 교수님 역시 안고 있던 고민이기 때문이죠.

“연구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연구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전, 3년간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나름 석사까지 마쳤기에 자신 있었지만, 산업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려니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유학길에 올랐는데, 프랑스어 문화권이라 언어도 잘 통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동안 해온 이론 위주의 공부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어요. 석사까지 했음에도 연구다운 연구를 그때 처음 한 셈이죠.”

타국에서 느낀 막연함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교수님의 조언은 신입생 대부분이 면담을 신청했을 만큼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해요. 학기 초와 달리 연구 과정에서 교수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학생들도 늘었죠. 교수님은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학생들이 늘 목표를 갖고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길 바란다”고 전했어요.

“돌아보면 저도 뚜렷한 목표 없이 그저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껴 대학원을 가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공부가 더 지루하고 괜히 왔다는 후회도 들었어요. 이론으로 공부한 지식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어 좌절한 적도 많았죠. 다행히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나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고 연구를 하면서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싶은 꿈도 생겨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저처럼 목표가 없어 생기는 시행착오를 겪지 말고 짧은 목표든, 장기적인 목표든 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교수님은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실생활에서 쉽고 유용하게 사용할 방법에 대해 학생들과 연구하고 싶어해요. 주어진 환경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죠. 이제 막 첫걸음을 뗀 학생들과 교수님의 환상 호흡이 어떠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지, 그 결과에 스누새도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가 점점 성장하면서 비전공생들도 혼자 공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저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때가 많아요. 서울대 학생들이 관심 갖는 분야를 더 탐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으니 전공생이 아니더라도 공부하거나 연구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